하드렌즈는 왜 아직도 쓰일까

요즘 렌즈라고 하면 대부분 말랑한 소프트렌즈를 떠올립니다. 원데이 렌즈가 흔해지면서 단단한 렌즈는 옛날 물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드렌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하드렌즈는 산소가 통하는 재질로 만든 RGP(가스투과성 하드렌즈)이고, 어떤 눈에는 소프트렌즈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합니다.
하드렌즈가 어떻게 지금의 크기가 되었는지는 눈 전체를 덮던 렌즈는 어떻게 눈동자만 한 크기가 되었을까에서 다뤘습니다.
단단하다는 것이 장점이 되는 순간

소프트렌즈는 부드러워서 각막의 모양을 따라갑니다. 각막이 고르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각막 자체가 울퉁불퉁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드러운 렌즈는 그 모양을 따라가지만, 단단한 렌즈는 자기 모양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고르지 않은 각막 앞에 매끈한 면을 하나 새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원추각막이라는 눈

이런 눈의 대표적인 예가 원추각막입니다. 미국 안과학회(AAO)는 원추각막을 각막이 얇아지면서 원뿔처럼 앞으로 튀어나오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시작합니다.
- 시력 증상은 10~20년에 걸쳐 천천히 나빠집니다.
- 초기에는 흐려 보임, 직선이 물결처럼 보임, 빛 번짐, 충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진행하면 근시나 난시가 계속 늘어 처방을 자주 바꿔야 하고, 렌즈를 끼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AAO는 초기에는 안경이나 소프트렌즈로 교정할 수 있지만, 진행하면 하드렌즈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눈을 비비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약해진 각막 조직을 손상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드렌즈는 시력을 교정하는 방법이지, 원추각막의 진행을 멈추는 치료는 아닙니다. 진행을 멈추기 위한 치료로는 자외선과 리보플래빈 안약을 이용하는 각막 교차결합술이 있습니다. AAO는 이 치료가 굴절 상태를 고치는 데 그치던 하드렌즈와 달리, 원추각막의 진행 자체를 멈추는 치료를 목표로 개발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각막 이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흰자 위에 얹는 렌즈: 공막렌즈
보통 하드렌즈는 검은자(각막) 위에 얹힙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큰 하드렌즈가 있습니다. 공막렌즈입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공막렌즈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 각막을 넘어 흰자(공막)의 일부까지 덮는 큰 렌즈입니다.
- 렌즈의 가운데가 각막 위로 아치처럼 떠 있어서 각막에 닿지 않습니다.
- 각막과 렌즈 사이의 작은 공간에 식염수 같은 액체를 채워 각막을 덮습니다.
- 낄 때도 렌즈 안에 식염수를 가득 채운 뒤 눈에 올립니다.
AAO 학술지 EyeNet은 이 공간이 각막을 계속 적셔 주는 액체 저장소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 공막렌즈가 얹히는 결막 조직은 각막보다 덜 예민해서, 각막 위에 얹는 하드렌즈보다 편안하다고 소개합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공막렌즈가 원추각막 같은 각막 질환, 심한 안구건조증, 부상으로 생긴 각막 흉터, 심한 굴절이상 등에 쓰인다고 설명합니다.
하드렌즈와 공막렌즈, 무엇이 다를까
2024년 프랑스 파리의 연구팀은 원추각막 환자 14명(25안)에게 두 렌즈를 모두 끼게 하고 비교했습니다.
- 교정시력은 하드렌즈와 공막렌즈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 두 렌즈 모두 안경보다 시력이 뚜렷하게 좋았습니다.
- 시야를 흐리게 하는 고위수차는 공막렌즈에서 더 적었습니다.
어느 렌즈가 맞는지는 각막 상태와 착용감, 비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EyeNet은 미국 기준 공막렌즈가 한쪽 눈에 1,000~5,000달러 정도라고 소개합니다.
원추각막이 아니어도 하드렌즈를 쓸까
미국 검안사협회(AOA)는 RGP 렌즈의 장단점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장점
- 시력이 매우 좋음
- 적응 기간이 짧음
- 대부분의 시력 문제를 교정함
- 끼고 관리하기 쉬움
- 비교적 오래 씀
- 근시 진행 억제와 각막굴절교정(드림렌즈)용으로도 나옴
단점
- 적응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껴야 함
- 다른 렌즈보다 눈 가운데에서 쉽게 밀려날 수 있음
- 렌즈 밑으로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음
-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함
드림렌즈도 하드렌즈의 한 종류입니다. 드림렌즈는 자는 동안 눈에 무엇을 할까에서 다뤘습니다.
정리하면
- 소프트렌즈는 각막 모양을 따라가고, 하드렌즈는 자기 모양을 유지합니다.
- 그래서 원추각막처럼 각막이 고르지 않은 눈에는 하드렌즈나 공막렌즈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하드렌즈는 교정 방법이고, 원추각막의 진행은 따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 처방이 자주 바뀌거나 직선이 휘어 보인다면 안과에서 각막 검사를 받아 보십시오.
참고자료
- 미국 안과학회(AAO), What Is Keratoconus?
- 미국 안과학회(AAO), Corneal Crosslinking
- 미국 안과학회(AAO) EyeNet, Update on Scleral Lenses
- Cleveland Clinic, Scleral Lenses
- 미국 검안사협회(AOA), Types of Contact Lenses
- Knoeri J 외, Comparison of optical aberrations in keratoconus with scleral versus rigid gas permeable lenses, European Journal of Ophthalmology 2024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렌즈 선택과 각막 질환 치료는 안과 전문가의 검사와 지시에 따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