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가격을 광고하면 불법이던 시절: 한 경제학자가 찾아낸 25%

"안경 25달러부터."
지금은 흔한 문구입니다.
1970년대 초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이 한 줄이 위법이었습니다.
검안사는 전문직이고, 전문직이 가격을 광고하는 것은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논리였습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그때는 광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논리는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경값은 어떻게 됐는데?"
한 경제학자의 단순한 질문
1972년, 경제학자 리 벤험(Lee Benham)이 그 질문을 던졌습니다.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릅니다.
어떤 주는 검안사 광고를 전면 금지했고, 어떤 주는 가격 광고만 금지했고, 어떤 주는 아무 제한이 없었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 자연 실험장이 있었던 셈입니다.
벤험은 가계 조사 자료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낸 안경값을 주별로 모았습니다.
결과.
광고를 금지한 주의 안경 평균 가격이 6.70달러, 약 25% 높았습니다.
전면 금지 주는 그 차이가 7.48달러까지 벌어졌습니다.
가격 광고만 금지한 주는 그 중간이었습니다.
"광고비가 가격에 얹힌다"는 통념과 정반대였습니다.
광고가 없으면 소비자가 비교를 못 하고, 비교를 못 하면 가격이 오릅니다.
이 논문은 《Journal of Law and Economics》에 실렸고, 이후 규제 연구의 교과서적 사례가 됩니다.
광고 금지 뒤에 숨어 있던 것
광고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검안사들은 시력검사를 하고도 처방전을 손님에게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방전이 없으면 다른 가게에서 안경을 맞출 수 없습니다.
검사받은 곳에서 안경까지 사야 합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규칙 제정 과정에서 검토한 검안사 조사 대부분에서, 절반 넘는 검안사가 처방전 교부에 어떤 식으로든 제한을 두고 있었습니다.
FTC는 이미 1962년에 "검사와 안경 판매를 묶어 파는 것은 불공정"이라는 지침을 냈지만, 강제력이 없어 아무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1978년 6월 2일
벤험의 숫자와 처방전 문제가 쌓인 끝에, FTC는 규칙을 만듭니다.
1978년 6월 2일 공포된 안경 규칙(Eyeglass Rule).
내용은 두 갈래였습니다.
첫째, 검사가 끝나면 손님이 요구하지 않아도 처방전을 자동으로 준다.
둘째, 주 정부가 안경 광고를 금지하는 것을 불공정 행위로 본다.
검안사 단체인 미국검안협회(AOA)가 즉시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반만 인정했다
1980년,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법원은 광고 부분을 뒤집었습니다. FTC가 주 법을 불공정하다고 선언할 권한은 의회가 따로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처방전 자동 교부는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이유는 벤험의 논리와 같았습니다.
처방전을 안 주면 비교 구매가 어려워지고, 판매자가 광고할 이유가 사라지고, 안경점이 경쟁할 수 없다.
광고 금지 조항은 사라졌지만, 그 무렵 연방대법원이 약사의 가격 광고(1976년)와 변호사 광고(1977년)를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면서 주 정부의 전문직 광고 금지는 설 자리를 잃어 갔습니다.
FTC는 1992년 광고 조항을 뺀 규칙을 다시 공포했고, "검사 후 처방전 자동 교부"는 지금까지 유효합니다.
처방전 한 장의 무게
이 이야기의 결말은 광고가 아니라 처방전입니다.
손님이 처방전을 손에 쥐면, 어디서 살지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비교할 수 있으면 가격이 내려갑니다.
벤험이 25%로 증명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내 처방전에 적힌 숫자가 무슨 뜻인지는 처방전 한 장에 숨은 암호 여섯 개에 정리했습니다.
안경 처방전과 콘택트렌즈 처방전이 왜 다른지는 같은 눈인데 안경 도수와 콘택트렌즈 도수는 왜 다를까에서 이어집니다.
그리고 콘택트렌즈 처방전을 두고 같은 싸움이 25년 뒤 한 번 더 벌어집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참고자료
- Benham L, The Effect of Advertising on the Price of Eyeglasse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15(2), 1972, pp. 337–352
- Kobayashi BH, Muris TJ, I Can See Clearly Now: Lee Benham, Eyeglasses, and the Empirical Analysis of Advertising and the Effects of Professional Regulation, George Mason Law & Economics Research Paper 16-16 — 6.70달러(25%)·7.48달러 수치
-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Ophthalmic Practice Rules (Eyeglass Rule) —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 2023 — 1962년 지침, 1978년 6월 2일 규칙, 검안사 50% 이상 처방전 제한, 1980년 항소법원 판결, 1992년 재공포
- FTC, Eyeglass Rule — 현행 규칙(16 CFR Part 456)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콘텐츠입니다. 미국의 사례이며, 처방전 교부와 광고에 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가격은 논문 발표 당시(1972년) 달러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