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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한 장은 싸 보이는데 왜 이렇게 비쌀까?

2026.08.24
렌즈 한 장은 싸 보이는데 왜 이렇게 비쌀까?

30개의 렌즈가 들어 있는 박스를 열어봅니다.

작은 플라스틱 포장.

조금의 액체.

그리고 너무나 얇은 렌즈.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잠깐. 이게 왜 이 가격이지?"

충분히 할 만한 의심입니다.

렌즈 자체의 무게만 생각하면 매우 저렴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콘택트렌즈 회사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일까요?

답은 재미없게도: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완전히 틀립니다.

먼저 렌즈 공장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현대 소프트렌즈 대량생산의 주류 방식은 cast moulding입니다. 정확한 금형 사이에 액체 상태의 재료를 넣고 중합해 렌즈 형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대규모로 일정한 품질을 생산하기 적합해 현대 소프트렌즈 제조의 주류가 됐습니다.

컬러렌즈는 대략 이런 길을 갑니다.

금형 준비.

컬러 인쇄.

렌즈 재료 주입.

경화.

금형 분리.

수화.

밀봉.

멸균.

포장.

글로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습니다.

공장의 문제는 모든 단계에서 거의 똑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0.1mm 차이도 "그 정도야 뭐"라고 할 수 없는 산업

티셔츠를 생산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장의 길이가 다른 제품보다 1mm 짧습니다.

대부분 아무도 모릅니다.

렌즈는 다릅니다.

눈 바로 위에 올라갑니다.

광학 중심이 있습니다.

곡률이 있습니다.

두께가 있습니다.

도수가 있습니다.

난시렌즈라면 방향 안정성도 중요합니다.

색소가 들어가면 색소의 위치와 분포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제품마다 차이가 계속 발생한다면 렌즈가 아니라 복권을 생산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제조사는 "한 개 만드는 기술"보다 10억 번째 제품도 첫 번째와 비슷하게 만드는 기술에 투자합니다.

컬러렌즈는 한 단계 더 귀찮습니다

투명 렌즈라면 광학과 소재를 해결하면 됩니다.

컬러렌즈는 디자인이 들어갑니다.

도트.

그라데이션.

limbal ring.

하이라이트.

착색직경.

그리고 색소를 어떻게 렌즈 구조 안에 배치할지도 중요합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시중 컬러렌즈의 색소 분포를 분석했을 때 색소가 표면 가까이 노출된 구조와 렌즈 내부에 배치된 이른바 sandwich 구조 등 서로 다른 방식이 확인됩니다.

그러니까 컬러렌즈 회사의 업무는 단순히:

"예쁜 갈색 만들어 주세요."

가 아닙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사람 눈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갈색 도트 패턴을 만들되 광학부를 방해하지 않고, 대량생산 가능하고, 규제 기준을 통과하면서, 매번 거의 같은 위치와 농도로 찍어 주세요."

입니다.

갑자기 디자이너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사실 렌즈보다 비싸 보이는 것은 그 주변입니다

원데이 제품을 생각해 봅시다.

렌즈 30개를 팔려면 렌즈만 30개 만들면 끝이 아닙니다.

블리스터 30개.

보존액.

밀봉재.

멸균.

인쇄.

검사.

박스.

물류.

추적 가능한 생산정보.

모두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품 한 개에 불량이 생겼을 때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잘 만들겠습니다"로 끝날 산업도 아닙니다.

눈에 들어가는 의료기기이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도 콘택트렌즈 제조업체가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제조공정과 조건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연구팀도 꽤 큽니다

렌즈회사의 연구실에서 사람들이 하루 종일 '더 예쁜 브라운'을 고민할 것 같지만 실제 팀은 훨씬 다양합니다.

CooperVision의 연구에는 렌즈 설계, 제형 과학, 고분자화학, 엔지니어링, 임상시험, 미생물학, 생화학 등의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연구개발 인력만 500명 규모입니다.

고분자화학자.

광학엔지니어.

미생물 전문가.

임상연구자.

생산기술 엔지니어.

눈에 보이는 제품은 단순한데 만드는 조직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연구비 수치는 회사 전체 기준이라 "렌즈 한 제품 개발비"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숫자가 자주 재미를 위해 희생됩니다.

그렇다고 렌즈회사가 돈을 못 버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반전입니다.

좋은 렌즈 제조사는 꽤 좋은 사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CooperCompanies의 연결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60% 중반대입니다. 대만의 콘택트렌즈 제조사 Pegavision도 50%를 넘습니다. 다만 CooperCompanies에는 콘택트렌즈가 아닌 사업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렌즈 자체의 마진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그래도 숫자는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기술과 대량생산 규모를 확보하면 좋은 경제성이 나올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렌즈 소재 자체는 매우 적게 들어갑니다.

공장을 충분히 자동화하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개발과 허가가 끝난 성공 제품은 반복적으로 판매됩니다.

특히 원데이는 소비자가 매일 새 제품을 사용합니다.

초기 투자비는 높습니다.

그러나 규모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것이 제조업에서 가장 아름답고 무서운 순간입니다.

그래서 진짜 진입장벽은 렌즈가 아닙니다

새로운 회사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hydrogel을 사서 렌즈를 만들면 되지."

맞습니다.

렌즈는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수백 개 도수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색상을 균일하게 인쇄하고,

불량을 검출하고,

멸균하고,

인증받고,

수천만 개를 생산하고,

동남아에서 주문한 -3.75를 떨어뜨리지 않고 공급하고,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어느 생산 lot인지 추적하고,

다음 시즌에는 또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해야 합니다.

이 모든 시스템이 제품입니다.

그래서 대만이 흥미롭습니다.

Pegavision, St. Shine Optical, Visco Vision 같은 대만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브랜드 뒤에서 상당한 물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연간 콘택트렌즈 수출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릅니다.

사람들은 컬러렌즈를 보며 한국 브랜드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산업 뒤편으로 들어가면 대만의 제조기술이 보입니다.

패션산업에서 이탈리아 원단회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렌즈 가격을 볼 때 재료비만 보면 이상해집니다

향수도 마찬가지입니다.

100ml 액체의 원료가격만 계산하면 샤넬 향수 가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도 금속과 유리 무게로 계산하면 가격이 이상합니다.

렌즈도 그렇습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0.몇 그램의 polymer가 아닙니다.

광학설계.

소재.

금형.

생산설비.

품질관리.

멸균.

임상.

허가.

재고.

유통.

브랜드.

그리고 매일 아침 눈에 넣어도 된다는 신뢰입니다.

그래서 좋은 콘택트렌즈의 가장 비싼 성분은 HEMA나 silicone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걸 내 눈에 넣어도 괜찮다"라는 확신입니다.